대부분의 중학생부터 고2 학생들까지는 수능 비문학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내신 준비로 인해 아예 손을 놓거나, 형식적으로만 공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 교과 과정에는 독서 단원과 독서 전문 과목이 존재하지만, 독서 전문 과목은 대부분 고3 때 편성됩니다. 고1까지의 교과서 독서 단원은 수업과 참고서를 통해 학습한 후 시험을 보는 방식이어서, 수능 비문학 문제를 본격적으로 대비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중학생부터 고2까지의 학생들이 지역 학원에서 체계적으로 비문학을 배울 기회도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인강도 고3과 N수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가 중심입니다.
결국, 학생들의 비문학 공부는 방학 동안 '매삼비' 같은 기출 문제집을 푸는 것이 전부입니다. 입시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들이 중학생 자녀에게 비문학 문제집을 사주면, 학생들은 이를 풀어보긴 합니다. 하지만 문제집을 푼다고 해서 반드시 제대로 공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학생이 문제를 기계적으로 풀 뿐, 깊이 있는 학습을 하지 않습니다. 학교 시험과도 무관한 내용인데, 부모님이 시키니까 마지못해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간혹 스스로 비문학 공부를 하려는 기특한 학생들도 있지만, 이들 또한 학습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지문을 꼼꼼히 읽지 않고 문제만 보고 감으로 답을 고르거나, 채점 후에도 왜 틀렸는지 분석하지 않고 단순 실수로 넘겨버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복습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공부를 하는 척만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학생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동안 비문학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수능 비문학 공부의 핵심은 글을 읽으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아래는 유명한 수능 국어 상사들이 비문학 공부에서 가장 강조하는 내용들입니다.
김동욱 (메가스터디) : 글에 반응하며 생각하라
윤혜정 (EBS) : 다 가르쳐줄테니, 너희들은 스스로 생각만 좀 해라
김민정 (이투스) : 일단 너의 생각을 적어봐라
심찬우 (오르비) : 이분의 비문학 강좌명 자체가 "생각하며 글읽기"
강의 스타일은 조금씩 다른 선생님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강조하는 것이 "생각"입니다. 수능 비문학 문제를 연구해온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비문학 문제는 스스로 깊이 생각하는 훈련을 하지 않고는 풀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매년 수업이 시작될 때마다 강사들이 이를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이유는 현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며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사실 '생각하는 공부'를 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공부는 많이 해왔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공부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며 '생각하는 공부'를 할 수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다음 3단계 방법으로 비문학을 공부하면 됩니다.
1단계. 요약
글을 읽고 그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보는 과정에서 사고력이 길러집니다. 즉, 글을 읽은 후 누군가에게 설명하거나, 글로 정리해보는 것이죠. 하지만 설명할 대상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므로, 직접 글로 적어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단락별로 한 줄 요약문을 작성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모든 단락의 요약문을 한 줄씩 쓰고 난 뒤, 이를 활용해 글 전체를 서너 줄로 압축해 요약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지문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지 않고, 핵심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긴 문장과 복잡한 정보를 자신의 언어로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생각하는 힘이 길러집니다.
이런 연습을 꾸준히 하면 나중에는 처음 보는 글이더라도 글의 전체적인 구조가 한눈에 들어오고, 글 안에 담긴 개념과 원리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번거롭지만, 이런 연습이 체화되면 굳이 단락별 요약을 직접 쓰지 않고 간단한 밑줄을 긋거나 핵심어 몇 개만 적는 것만으로도 요약이 가능해집니다. 정보량이 적은 지문이라면 별다른 표시 없이 한 번 읽는 것만으로도 정보간 연결 관계와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굳이 요약문을 글로 써야 하는 이유는, 글을 읽으며 생각하는 습관을 "강제적"으로 기르기 위함입니다. 글로 쓰지 않으면, 어느 순간 지문을 이전처럼 대충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2단계. 어휘 정리
요약문을 쓰고 나서는 지문을 다시 읽으며 모르는 어휘를 찾아 형광펜으로 표시한 뒤, 노트에 뜻과 함게 정리합니다. 문제집에 어휘 설명이 없으면 직접 사전을 찾아 적습니다. 이렇게 직접 써야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어휘력은 수능 국어의 기초 피지컬입니다. 잘 뛰지도 못하면서 축구를 잘할 수 없는 것처럼 어휘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문해력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어휘력의 중요성은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3단계. 오답 정리
이 과정을 거친 후에 문제를 풉니다. 채점 후에는, 오답 문항마다 반드시 "왜 틀렸는지"를 간단히 메모해야 합니다.
오답 정리를 귀찮아하는 학생들은 문제 옆에 그저 "실수"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적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학생들도 가끔씩은 사고의 교정 순간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이건 내가 잘못 읽었네, 그 내용이 아니라 다른 내용이었구나"
"이 부분은 내가 너무 쉽게 단정했구나, 좀 더 꼼꼼하게 읽어야 했어"
이런 깨달음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깨달음의 순간에 실력은 한 단계씩 성장하게 됩니다. 작은 교정이 쌓일수록 문제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독해 능력 또한 향상됩니다.
<공부 시간과 주기>
중학생이라면 하루에 한 지문, 고1~2 학생이라면 하루에 두 지문씩 공부하면 충분합니다.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충분한 분량입니다. 물론 이 시간 동안 서너 세트의 문제를 풀 수도 있겠지만, 하나의 지문을 읽고 분석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비문학 공부법입니다.
이렇게 5일 동안 매일 지문을 요약한 후, 하루를 따로 잡아 그동안 요약했던 지문의 문제를 한꺼번에 풉니다. 지문을 요약하는 날과 문제를 푸는 날을 따로 두는 것은 이런 방식으로라도 같은 지문을 최소한 두 번 보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스스로 복습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문 분석을 한 번 했다고 해서 지문을 안읽고 문제를 풀면 안됩니다. 오히려 더 꼼꼼하게 지문을 다시 읽고, 두 번째 본 지문이니만큼 단 한 문제도 틀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집중해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다만 충분히 고민할 수 있도록 시간 제한은 두지 않습니다. 수능 국어 시간인 80분을 훌쩍 넘겨 2시간이 넘도록 시간이 오래 걸리면 더욱 좋습니다. 지금은 빨리 푸는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글과 오래 씨름하는 과정에서 여러분의 뇌는 텍스트로 이루어진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기 때문에 오래 걸릴수록 좋습니다.
중학생부터 고2까지의 학생들에게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 있습니다. 이런 훈련을 거친 후 고3이 되면 국어 공부 시간을 늘리면서 연계교재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지문 구조를 유형화하며, 선지 패턴을 익히면 됩니다. 그 때가 되면 국어 성적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게 됩니다.
하루에 딱 한 시간씩만 꾸준히 하면 됩니다. 왜냐하면 96%의 학생들은 이렇게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